[난임이야기] 루푸스 환자, 평촌 마리아 난임 병원 가다.

평촌 마리아 난임병원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그래도 신혼은 즐기고 싶은 마음에 
각자 양가 어른들께 1년동안 아이에 대한 말씀은 거절하겠습니다~ 하고 미리 못을 박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고 옹알씨와 2세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하긴 했지만
나의 지병때문에 상황이 쉽지는 않았다.

 

희귀 난치병 전신 홍반 루푸스

 

사실 나는 루푸스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옹알씨와 연애 2년차가 되던 해에 무지외반증 수술을 했는데 
수술 도중 지혈이 심하게 되지 않아 힘들었다는 말과 함께
수술 다음 날 갑자기 피를 몇 번 뽑아갔고 
당시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신 후 루푸스를 의심하셨다.

병원 내에 있는 류마티스 내과 선생님께서도 오셔서 따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본인 소견으로는 거의 맞는 것 같지만 큰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그렇게 소견서를 들고 구로고대병원에 가서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갖가지 검사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루푸스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루푸스는 면역계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내 몸을 내가 공격하는.. 심각하게 진행되면 장기까지 모두 망가진다.


나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루푸스는 초기에 발견하기 힘든 질병인데 
나는 우연한 기회에 빠르게 발견을 하게 된 케이스라
다른 분들보다 상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루푸스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약으로 잘 다스리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뭐... 그래도 당시 심정으로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 나이 33살에 난치병, 불치병, 평생 약을 끊을 수도 없다니....
그냥 다 원망스러운 상황이었달까.

어쨌든 정기적인 검사와 알맞게 쓴 약으로 다른 것들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혈소판 수치가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혈소판 수치

 

혈소판의 평균 정상 수치는 150,000이다.
하지만 결혼 2년차인 당시에 내 혈소판 수치는 30,000대까지 내려가서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임신할 때 혈소판도 중요하더라.

일단 혈소판 수치가 낮으면 빈혈에 많은 영향을 주고
그 상태가 유지가 되거나 더 떨어지게 되면 
출산 시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도 산모도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루푸스 담당의사 선생님은 임신 시도를 절대 만류하셨다.

이때 나는 옹알씨한테 불안함을 안겨주기 싫어서 자세히 얘기를 하지 않았었는데
그 때문에 둘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생기며 불편해지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렇게 쉽게 돌아오지 않는 혈소판 수치로 인해 또 1년을 허비했다.
그 후 1년은 나름 몸 관리를 하며 지냈던 것 같다.

 

 

스마일 배란테스트기

 

그렇게 다시 1년 후인 2023년 3월부터 본격적인 자연임신 시도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도 한 번에 딱 임신이 될 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오만에 오산이었던 것이다.


병원에 가서 숙제날을 받아오지는 않았지만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해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여러 이야기를 참고해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를 했었다.

난 생리주기가 일정한 편이어서 그동안에는 예정일에 생리를 시작했었는데
임신 시도를 하고 부터는 테스트기를 써보기도 전에 생리가 시작되었다.


이건 단호박 한 줄 테스트기보다도 더 단호박인 확인 사살이었다.

따로 말씀을 하신적은 없지만 점점 시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임신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전부 내 탓만 같고..
솔직히 심적으로 많이 힘들더라.

 

임신테스트기

 

그러는 와중에 12월 초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옹알씨는 새 집에가면 기운이 좋으니까 될 것 같다며 화이팅을 불어넣었지만


12월이 지나고, 새해가 오고, 1월이 되고...
느낌이 이번에도 실패인 것....


12월에 실패를 겪고, 1월에도 만약 실패면 이번엔 난임 병원에 가보자는 얘기를 했었다.
정말 나이가 많아서인건지... 도대체 왜 안 되는지 원인이라도 알고 싶었다.

이곳 저곳 알아보고 결정하게 된 평촌 마리아병원.
난임 병원을 알아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거리였다.


거리가 너무 멀면 방문할 때도, 시술 후에도 힘들다는 선배님들이 많았다.

경기도 난임 병원 평촌 마리아

 

생리 시작 확인 후에 병원에 미리 전화를 했었지만 예약은 따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생리 이틀 째 되는 날 방문하라는 말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1월 29일에 첫 방문을 하게 된 난임 병원.

옹알씨와 함께 아침 8시쯤 도착했다.
평일은 7시 반부터 진료 시작이라 나름 서둘러 간다고 갔는데도
이미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수납하는 곳에 가서 처음 방문했다고 얘기하면 
따로 알아보고 온 선생님이 있냐고 물어보신다.


난 그냥 여자 선생님이면 된다고 했고,
김안나 선생님으로 배정받았다.
리뷰들에서 봤을 때 친절하시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 분이다.

그리고 직원분이 나오셔서 문진표 같은 걸 주신다.
앉아서 작성하면 되는데 이건 나만 하면 된다.
작성이 끝나고 나면 다시 가져다 드리고 잠시 앉아서 대기한다.

평촌 마리아 난임 병원 정자 검사실

 

그 사이 옹알씨는 정자 검사하러 갔다.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는데 뒷모습이 조금 안쓰러워보이는 건 기분탓인가 ㅎ
현타가 많이 왔을텐데 사진 찍어오라는 내 말을 잊지 않은 옹알씨.


정자 채취실은 정말 좁다고 한다.
그리고 영상 선택권은 없다고... 그냥 들어가서 헤드셋 끼고 시작이라고...

정액검사 시 필요한 참고 사항이 있다.

  • 정액검사 3~7일 전 부부관계, 과음, 장시간 고온의 사우나 금지
  • 평일 : 오전 7시30분~10시30분 / 오후 1시30분~3시30분
  • 토요일 : 오전 8시~11시에만 검사 가능
  • 신분증 지참 필수

옹알씨가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시간, 나는 주사실1에서 인터뷰를 한다.

 

평촌 마리아 병원 8층 주사실

 

아까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이것 저것 물어보셨다.


건강검진을 마침 작년 말쯤에 한 터라 오늘은 기본 피검사만 하고
다음 방문 때 검강검진 결과표를 가져오면 
중복되는 내용은 빼고 필요한 검사를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 시작.


김안나 선생님 진료실은 원래 8층인데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그 곳이 공사중이어서 한 층 더 올라가서 진료를 봤다.

올라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옹알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끝났단다. 벌써?

 

평촌 마리아 병원 대기현황표

 

한 층 더 올라오라고 했고 같이 기다렸다. 
2시간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더라. 와... 사람 정말 많다.

반가운 인사로 맞아주신 김안나 선생님은 초음파부터 먼저 보자고 하셨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초음파.
정상 생리를 하는 것이 맞고 초음파 상으로는 딱히 난소나 자궁에 문제가 보이진 않는다고.

 

 

문진표와 내 나이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내리신 결론.
나는 인공수정을 하는 것보다 바로 시험관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시험관 확률이 20~30%인데 나는 루푸스 환자 + 노산 = 고위험산모라
이것만으로도 성공 확률이 많이 떨어진단다.

일단 그렇게 진행을 하는 걸로 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보자고 하셨다.

 

나팔관조영술 자궁난관조영술

 

진료실을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데스크에서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나팔관 조영술은 정상 생리 주기 기준으로 생리 시작 6~11일째에 해야 해서
검사해야 하는 날짜를 정해주셨다.


그 때 당시 마리아에는 예약이 꽉 차 있어서 근처에 있는 하X영상이라는 병원을 알려줬다.


직접 전화해서 예약하고 꼭 그 날짜에 검사를 해야 한다고.
안내받고 주사실가서 피 뽑고 수납을 위해 번호표 뽑고 대기.

 

평촌 마리아 정자 검사 비용

 

옹알씨는 정자 검사만 진행했는데도 진찰비가 포함되더라.. 
아무튼 최종 결제 금액은 38,800원
나는 진찰비+초음파+피 검사 포함해서 156,880원

ㄷㄷㄷ.. 생리 이틀 차에 무지막지한 생리통에 시달리며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의사 선생님 만나서 면담한 시간은 15분 남짓......  
195,680원이라니.. 뭔가 눈뜨고 코베인 느낌.

아침부터 여러모로 짜증이 밀려왔지만 누굴 탓하리요...
얼른 집에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마리아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진료카드가 발급되었는데
다음 방문부터는 키오스크에 카드를 인식 시킨 후
수납처에 카드를 놓고 대기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렇게 카드를 받고 
짜증+씁쓸+우울 가득하게 귀가하며 첫 번째 방문기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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